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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나는 정말 존재하는가

by 서영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 - 2011)는 젊은 시절, 자신의 방에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깊은 명상에 잠긴 적이 있다고 했다. 잡스는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것이라곤

한 잔의 차와 조명

그리고 음악뿐이었다."

언젠가 바쁜 일상에 지쳐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나마저도 지워버린 채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집안을 둘러보면 살아오면서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구입한, 지금은 그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한 채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득 '내가 저 물건들의 주인인가, 아니면 내가 저것들에 얽매여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만이 문제가 아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인터넷에 뒤적이며 의미 없는 자극을 찾아 시간을 흘려보낸 시간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생각은 점점 흐려지고, 외부의 자극에 피동된 채 여가의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사라졌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조용히 앉아 나를 응시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 사람이 누군지는 그가 평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내가 아닌 온통 세상에 쏠려 있다. 대화의 주제도, 관심사도 대부분 남 일이다. 나로 살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 '나'는 없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방을 보면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그의 말대로 차와 조명, 음악뿐이다. 흔한 소파나 TV 조차 없다. 그는 그 비어 있는 공간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여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와 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 점만큼 그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었다. 과연 '나는 존재하는가?' 깊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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