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거나 더 나아가 품격 있게 나이가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명품을 걸치고 비싼 화장품으로 외모를 가꾸면 품위가 있어 보일까. 어느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거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외모가 주는 첫인상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겉모습만으로 품위가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일까. 패션디자이너 손정완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관리를 통해 품위를 갖춘, 그리고 그 단정함 안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낼 줄 아는 남자가 나는 멋있게 느껴진다. 단정함이란 타인과 자신에 대한 존중이고, 개성은 자신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남자가 매력적이다."
결국 자기 관리가 빠질 수 없다. 외모를 가꾸든, 내면을 다듬든, 모두 자기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모두 품위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품위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만은 분명하다.
품위 있기 위해 단정함 또한 필요하다. 개성을 드러낸다고 과하게 꾸미거나 지나치게 튀는 행동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개성은 절제된 범위 내에서 드러낼 때 더욱 빛난다. 이는 타인과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애정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속에서 싹터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품위 있는 사람이 되거나 품격 있게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같다. 남을 존중하면서도 그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개성을 갖추는 것, 이 둘을 조화롭게 이루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이란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조건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외모가 멋지다고 해서 품위와 매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단정함과 개성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먼저 완성되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까지 존중하며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가. 나는 충분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 품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