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지 못한다. 말은 살아 있는 이들의 몫이다. 생전에 아무리 유명했던 사람도, 성공했던 사람도 죽으면 깊은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무슨 말을 하든, 심지어 비난하거나 조롱하더라도 그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데도, 나는 가끔 유명인의 부고를 접할 때마다 그 침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참, 이상한 일이라고. 살아 있을 때 수많은 말을 남기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산 자들과의 단절, 철저한 침묵과 부재. 그리고 점점 희미해지는 흔적들. 한 세대가 지나고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잡으면, 역사에 남을 인물이 아닌 이상,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심지어 후손들마저도.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죽음 이후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은 죽음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 부분은 믿음의 영역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같이 믿는 것(히브리서 11장), 경험으로 알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을 이해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에게 그 믿음이 더 간절한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핸드폰을 정리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수신은 가능하나 발신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순간, 생전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정작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다시금 죽음이 무엇인지 곱씹게 되었다.
아, 인간이여! 삶의 허무함이여!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은 그 침묵을 애써 외면한다. 나는 언젠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삶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