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선물

by 서영수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류시화 시인은 일본 하이쿠 시인 '이젠'의 이 시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어나는 꽃이다."


오늘 이 순간을 놓치면 온전한 내일은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나는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했다. 현인들이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우리가 '현재'가 늘 주어지는 것처럼 여겨 그 소중함을 쉽게 잊기 때문이다. 공기와 물이 늘 곁에 있어 그 고마움을 자주 잊어버리듯이 말이다.


요즘 마음이 다시 각박해진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여유를 잃고 자꾸 서두른다. 그러다 보니 정작 눈여겨보아야 할 것들은 보지 못하고 스쳐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함을 가려 볼 줄 아는 눈을 가졌을까.'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늘 과거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얽매여 지금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었다.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해 보려 했지만 마음에 여유를 잃었다. 월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침에 여유롭게 나와야 하는데, 평소보다 10분 이상 늦었다. 늦었다는 마음에 당연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유를 찾으려면 매사를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상황에 부딪히면 자주 잊는다. 여유를 잃으면 다음 순간 모든 것이 헝클어진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뭘 해도 자꾸 실수하게 되는 것이다.


책상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이 시를 다시 떠올려본다. 다시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천천히 되새기면서. 이 하루를 새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 떠오르는 생각,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자고.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생각에 조급하게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여유를 잃지 말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주어진 지금이라는 이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따뜻한 선물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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