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겹치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마음은 쉽게 위축되고 우울해진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두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애써야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에는 그런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얼마 전 읽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는 괴물을 만들어 낸 뒤 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깊은 우울에 빠지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나온다.
유학 중인 잉골슈타트에서 고향인 제네바로 돌아온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는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작은 시도를 해 본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다가오는 햇빛을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과 함께 이따금 발작이 찾아오듯 우울감이 달려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완전히 혼자가 되어 피난처를 구하곤 했지요. 며칠이고 온종일 호수에서 작은 배를 탄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구름을 바라보고 호수의 파문에 귀를 기울이며 고요히 그리고 무기력하게 말입니다. 상쾌한 공기와 햇살은 언제나 어느 정도 평안을 회복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심신을 추슬렀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그것도 조용히 머물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낸 것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처럼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에너지가 채워지는 사람도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고요 속에 머물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연만큼 우리에게 조용히 힘을 건네는 것도 드물다.
하지만 자연 속으로 떠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조금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나만의 방식이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닌, 내면의 풍경을 바꿔보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마음을 사로잡았던 근심들을 잊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이 방법이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 주말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 가볍게 몸을 푼 뒤 샤워를 하고 근처 카페로 향한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오전이 지나 있다. 카페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아 시끄러울 것 같지만 이른 주말 아침의 카페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나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혼자인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조용한 집보다 집중이 더 잘 된다. 옆자리에서 밝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괜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자신을 회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자연 속에서, 누군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힘을 얻는다.
나에게는 주말 아침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런 순간이다.
이번 주말에도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길 것 같다. 아니면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만의 회복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