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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4. 2022

태풍이 온다고

The Japanese House

8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뭔가 나와 결산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날이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이룬 것은 없고, 변화된 모습으로 살려고 마음먹었지만 특별히 바뀐 게 없다. 새로운 달이 온다고 특별히 새로워질 것 같지도 않다. 지난달, 한계에 부딪혔다. 여기에 쓰는 글도 마땅치 않았다.


뭘 쓰기 위해서는 내 안에 충만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작가들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데 하물며 나 같은 범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책이나 아름다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것을 포기하거나 덜 급한 일은 미뤄두고 시간과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거다. 대부분은 그 싸움에서 지고 만다. 나도 마찬가지고.


유튜브,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이 재밌는 영상이 판치는 세상에서 책이라니? 고루하고 지루하게. 맞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책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나 읽는 것이 아니다. 읽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거나 딱히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아니면 정말 책을 좋아하거나.


나도 요즘 책이 통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아까 말한 것처럼 여기에 뭘 써도 영 시원치 않은 것이다. 뭘 알아야, 느껴야 쓸 말도 있지 않겠는가. 꾸역꾸역 쓰기도 했다. 가끔은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재미없고 지나치게 교훈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면 너그럽게 이해하시길! 내가 그렇게 살아서가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쓴 거니까.

오늘은 '더 재패니즈 하우스(The Japanese House)'의 <Maybe You're the Reason>을 들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와는 다른 뮤지션이다. 노래만 들으면 마치 아티스트가 남성 같지만, 실은 여성이다.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앰버 베인(Amber Bain), 1인 밴드로 그녀는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The 1975’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중성적인 보컬이 특징이다.


태풍이 오려는지 오후 들어 하늘이 잔뜩 흐리다. 피해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풍은 자연 현상이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이 망가진 것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태풍이 좋아한다는 높은 해수면 온도, 불규칙한 공기와 수증기의 흐름 등은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자연을 오염시킨 인간 탓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태풍 이름이 '힌남노’라고 해서 어디에서 유래된 이름인가 찾아보니 라오스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라오스 캄무안 주에 위치한 국립공원인 '힌남노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름처럼 자연을 보호하지 않은 인간을 꾸짖는 듯해서 기분이 착잡했다. 하여 '어찌 태풍 너를 탓하리. 모두 우리 탓인 것을. 그래도 좀 살살하고 지나가 주면 안 되겠니.' 하는 마음이었다.

그녀의 또 다른 곡이자 내가 좋아하는 <Face Like Thunder>도 링크한다. 나는 이 곡으로 이 아티스트를 알게 됐다. 지금 어떤 사연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 내 블로그를 읽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곡을 듣고 마음이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세상 일이 마음같이 되지 않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라고. 어쩌면 나중에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니 좋게 생각하라고. 당신은 누구보다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정 힘들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잠시 눈을 붙여 보면 어떻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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