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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6. 2022

슬픔에서 시작된 이야기

미셸 자우너 / H마트에서 울다

왜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영원할 수 없을까? 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겪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부재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 역시 때가 되면 내 곁을 떠나게 마련이고, 어쩌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의 곁을 떠날 수도 있다. 즐겁게 살라고 하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니, 그런 말로 억지로 내 슬픈 감정을 숨길 필요는 없다. 


오래전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무겁게 살지 말고 존재를 가볍게 하자'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무겁고 어두운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내 존재를 가볍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라도 가볍게 하지 않고선 무거운 세상을 살아가기 어려운 것을. 오늘 소개하는 뮤지션 역시 그런 상실과 아픔의 과정을 겪었다.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33세) 그녀는 뮤지션이면서도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최근에 낸 자전적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 원제: Crying in a H Mart: A Memoir>


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 MGM영화사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다. 


한국교포나 유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렸을 H마트, 그녀의 어머니도 한국 사람이었고 그녀 또한 엄마를 따라 자주 갔을 테니 그곳은 그녀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었으리라. 그녀는 201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썼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아픔은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세상 모든 엄마가 그렇듯, 그녀에게 H마트로 상징되는 엄마라는 존재는 오랜 추억의 대상이자 힘든 삶을 살아가는데 큰 의지가 되었다. 아, 맞다. 오늘은 그녀의 책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지..


미셸 자우너는 음악적으로는 다소 몽환적인 슈게이징Shoegazing 음악을 하는 미국 인디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리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이다. 


한국계임에도 밴드명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지은 것은 우연히 본 일본식 조식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별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밴드명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그녀의 음악이다. 다만 그녀의 곡들은 듣기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이 곡은 가장 최근에 발매된 그녀의 신곡인데,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기존의 그녀의 다른 곡보다는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한 것 같아 소개한다. 애플 뮤직은 이 밴드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미셸 자우너를 중심으로 하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은 철저하게 감정에서 출발한다. 어머니를 여읜 후 맞닥트린 상실감과 절망감,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치유와 성찰의 과정을 자신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몽롱하고 추상적인 사운드가 곡에 부드럽고 낭만적인 느낌을 더해주지만, 노이즈를 다각도로 활용한 섬세한 편곡과 날이 잔뜩 선 목소리는 내면에서 꿈틀대는 감정이 얼마나 격렬하고 절절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금요일, 한 주를 보내고 지쳐 있는 시간, 이 곡과 함께 좀 더 가벼워졌으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마찬가지고.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미셸 자우너 _ H마트에서 울다, 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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