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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8. 2022

다만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닐 뿐

브로콜리너마저 /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브로콜리너마저의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를 처음 듣고, 곡이 참 맑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와'라는 가수도 처음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곡 제목과 가사에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산다. 그런데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다니, 드문 일이다.


그녀는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다만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닐 뿐이라고 노래한다.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겠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당연히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아주'가 붙어서 그 느낌이 더 솔직하게 다가온다.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아주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 속에는 여전히 나쁜 생각들이 많다. 다만 망설임을 알고 있을 뿐, 입 밖으로 나다니는 말들은 조금은 점잖아야 할 테니까. 생각을 그렇게 하는 것과 실제로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쁜 생각이 드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대신 말이라도 조심해야 한다. 말까지 나쁘게 하면 삶이 추해지고 마니까.


섣불리 단정하는 사람은 믿지 말라고 한다. 세상은 꼭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듯,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당신을 미워하는 게 아닌 것처럼. 선과 악, 좋고 나쁨…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순간, 갈등과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선명하지 않은데 선명하게 구분 짓는다면 그거야말로 선명하지 않은 행동이다.


좋은 사람을 믿냐고, 나쁜 사람을 사랑하고 있냐고 물으며, 당신이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을 믿는 건 이해가 가는데, 나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좋은지 나쁜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사람 안에는 좋은 점, 나쁜 점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사랑했다면 믿어야 하고, 그렇게 믿었다면 끝까지 사랑해야 한다. 비록 그 사람에게서 나쁜 점이 발견되더라도,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잃지 않는 게 바로 사랑이다.


한때는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은 시적인 재능이 있는, 아니 시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곡을 듣고 있는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참고로 이 곡은 브로콜리너마저의 원래 곡을 '시와'가 리메이크했다. 처음 들은 곡이 리메이크한 곡이라서 그런지, 원곡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왠지 '시와'의 곡이 더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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