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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9. 2022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버트란드 러셀 / 자서전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 프롤로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그의 생을 관통하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이 열정들은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로, 고뇌의 깊은 바다로, 절망의 벼랑으로 휘몰았다."


사랑, 지식, 고통에 대한 연민 이 세 가지 열정이 자신의 인생을 지배했다고 말하는 러셀은 남다른 사람이다. 세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세 가지 모두를 내 인생의 모토로 삼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취하고 못하고는 그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다 보면 세 가지 중 한두 가지는 잃거나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아니면 나처럼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살거나.


그가 일평생 추구했던 가치들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나는 그동안 어떤 가치와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고백건대, 나는 누구보다도 내가 처한 상황에 휘둘렸고, 세상 사람들의 관심과 추구해야 할 가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좌고우면했다. 고뇌는 짧았고 절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더욱 절망스러운 건 그런 나 자신의 이런 실상이지, 러셀의 고백처럼 열정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다.


마치 죽은 러셀이 삶의 목표나 열정 없이 살아가는, 그래서 이제는 삶에 무디어지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네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이냐고?'


삶을 이끄는 열정이 명예나 부와 같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나를 넘어선 큰 목표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잃어버린 열정을 회복해야 하고, 그 열정을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까지 확장하는 외연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으면 더 이상 그 열정은 의미를 상실하고 말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 열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열정을 이루기 위해 진심으로 고뇌했는가를.


열정이 없으면 절망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을 많이 하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인이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듯, 우리도 열정과 사랑, 연민이 사라졌다면 인간으로서 사는 의미를 상실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내가 그의 글을 읽고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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