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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4. 2022

시계 제로

황사로 뿌연 하늘, 평소 사무실에서 보이던 롯데타워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연히 햇빛은 전혀 보이지 않고, 마치 시계 제로인 우리 인생을 보는 듯했다. 뭔가 손에 잡힐 듯, 보일듯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더욱 알 수 없는 미래, 무엇을 의지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 윤현우(배우 송중기)처럼 환생하여 지난 생애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인생의 큰 흐름과 줄거리를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건 아무래도 드라마 속의 일 같다. 설사 그렇게 산다고 해도 행복할지 의문이다. 예측이 안된다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차원의 여지가 있는 것이니, 그 여지마저 사라진 그래서 정해진 운명을 살아야만 한다면 무척 지루하지 않을까.


드라마에서 내 눈에 띄는 장면은 주인공 진도준의 태도와 자세. 그는 흥분하는 법이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그리고 신분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따지고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시련 앞에서 호들갑을 떤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그의 대사처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는 거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고 앞으로 나가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게 살지 못한 나는 진도준의 침착한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배우 송중기가 나오는 드라마는 처음 보면서 배역 때문인지 몰라도 매력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매력이라는 것도 드라마 속 주인공을 통해 본 매력이겠지만, 배우와 배역이 잘 어울렸다. 오후 들어 피곤을 쫓으려고 커피를 엷게 타서 마셨다. 속이 좋지 않아 커피를 끊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비록 그게 커피라고 해도), 살아보려고 했는데... 이 글을 쓰는 어제, 창밖으로 눈발이 흩날렸다. 퇴근길이 걱정되는 걸 보니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언제쯤 다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문제일 뿐, 기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나와 달리 하나님은 주무시지도 졸지도 않으시는 늘 성실한 분이시니까. 그런 하나님을 나는 믿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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