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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30. 2023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지만

앙리 마티스 / 책 읽는 여인

프랑스 출신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 - 1954)는 자신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지만, 더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이 작품 앞에 섰을 때 모든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든 직업이 무엇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될 필요도 없다. 마티스처럼 화가라고 해도 자신의 그림 앞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삶이 주는 고민과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예술이 누구를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들어 있는 감성을 일깨우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그게 바로 진정한 위로일지도.


내가 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그 일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을 갱신할 수 있다면, 비록 성과가 없고 남들처럼 돈이나 명예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존재 이유는 충분한 것이다.


일한 끝에 주어지는 결과는 부수적인 거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에 집착해 과정이 무시되는, 그래서 일하는 동안 아무런 의욕이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일이 노동이 되는 것도 바로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마티스의 글을 읽고 나는 왜 마티스의 마음을 가질 수 없었을까, 생각했다. 마티스의 마음을 진작 가졌더라면 삶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텐데. 지금보다 덜 후회했을 텐데. 그러고 나니 마티스의 <책 읽는 여인>이 달리 보였다. 역시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마음이었고 삶에 대한 내 자세였다.

Woman Reading, 1894 _ Henri Mat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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