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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28. 2023

산에 오르는 이유

몇 년 전 이맘때 눈 덮인 겨울 산을 힘겹게 오른 적이 있었다. 눈 덮인 산은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막상 오르려고 하면 보통 때보다 훨씬 힘들다. 그때 산을 오르며 생각했다. '왜 나는 눈 덮인 산을 힘들게, 그것도 이 추운 날씨에 올라가고 있는 것일까..' 


산을 올라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구는 건강을 위해, 누구는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그런데 나는 그 이유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서?! 


영국의 전설적인 산악인 George Mallory(1886 - 1924)에게 '왜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극한적인 도전을 통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는 기상이었으리라. 


우리는 산에 올라가 위도, 경도가 얼만지, 높이가 얼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고민했던 게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것, 그렇게 집착했던 것들이 나한테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등을 생각한다. 그것도 거의 정상에 이르러 거진 힘이 빠진 후에야 깨닫는다.


중요한 건 힘들지 않으면 그 순간은 곧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거다. 기쁜 순간은 잠시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오래 기억되듯이. 고통을 겪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이렇게 예전에 산에 오르던 때를 떠올린 것은 나 자신을 정돈하기 위함이다. 그때 산에 올라가며 했던 생각들, 다짐 등을 떠올리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그때 산에 오르며 나는 마음에 새겼다.


'지금 이 순간, 정상은 내 목표가 아니다. 힘든 순간을 내 몸과 정신에 새기는 것, 언젠가 힘들 때 그 기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바로 그것이다.'라고.

성취주의자는 미래의 노예로 살고,

쾌락주의자는 순간의 노예로 살고,

허무주의자는 과거의 노예로 산다.


행복은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산 주위를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도 아니다.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Tal Ben Shahar, 하버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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