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내일의 너와

최수인

by 서영수

나는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들도 종종 '아티스트(Artist)', 예술가라고 칭하곤 한다. 음악에 자신의 철학과 혼을 담은 가수들,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즉 대체 불가능한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음악가들을 말한다. 싱어송라이터 최수인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지난해 말인 2022. 12. 28. 오랜만에 새 앨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을 냈다. 2014년에 데뷔했으니 본격적으로 음악을 한지도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인디 음악 중 포크/어쿠스틱 계열인 그녀는 싱어송라이터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음악에 담는 아티스트다.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는 말한다. "시나 소설도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음악은 그리고 좋은 문학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써먹을 데가 없어서 유용하다고. 무용하다에 찍힌 방점이 아니라, 무용하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에 찍혀 있는 방점이다."


한 곡의 음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기도 한다. 무용해 보이지만 유용한 이유이다. 세상사를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나에게 이익이 있는지'의 잣대로만 판단하면 풍요로울지 몰라도 삶이 무척 피곤해진다. 때로 무용하지만 그 무용함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그런 순간을 찾아야 하고, 그게 '인간적'인 삶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내가 음악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새 앨범을 소개하면서 올린 글을 소개한다.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이 곡을 들으니 더 이상 말이 부질없어 보였다. 앨범에 삽입된 곡들 모두 좋지만 오늘은 대표적인 곡 한 곡만 소개한다.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빛이 모조리 사라지기 전에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음악이 가진 힘을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커져가는 의심과 불안, 분노와 상실의 그림자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작은 빛줄기를 따라 지나간 궤적을 더듬어 보았다.


일기를 쓰지 않는 인간에게 작곡이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호화스러운 기록이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상실의 순간, 툭 내던져진 한 마디에 수없이 나를 곱씹어 본 밤, 뒤섞인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기록에는 가장 빛나던 때의 순수함이 담겨있다. 온 마음 다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 설령 그 사랑이 같은 크기로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사랑은 어떠한 형태로든 발현된다. 자연에 대한 경이, 가족에 대한 애착, 나를 둘러싼 세상을 향한 양가감정 같은 것들이 일련의 상징이 되고 노래가 된다. 내 안에 존재하는 빛은 아마도 사랑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이 사라지기 전에, 남아있는 사랑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 빛과 사랑이 여기저기 퍼져 위로와 공감으로 발현된다면 음악이 가진 힘을 한 번 더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의 빛이 새롭게 피어나지 않을까. 그때, 그리고 지금 우리의 마음에 빛이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최수인 _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앨범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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