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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5. 2021

나의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가 무겁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더워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침부터 일기예보는 30도를 가리키고 있다.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진다. 습도까지 높아 더 힘들다.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인데 그럴 수도 없고,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껴야 하니 설상가상이다.


덥다 보니 의욕도 떨어진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다스리기 위해서는 받아들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적게 보고, 적게 먹고, 생각을 줄이고, 조금만 누리고 살아야겠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될까...




살다 보면 마음에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맞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불편하다. 요즘같이 개성이 넘치는 시대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에선 무엇이 마음에 맞는 건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맞는다는 것은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건강한 체질, 즐거움을 더해 주는 명랑한 성격, 밖에서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서로 간에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애정과 슬기를 포함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먼저 나한테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저 사람이 나와 마음이 맞는지를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런 존재로 준비되어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나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할 때 비로소 누군가와 마음을 맞출 수 있다.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겪어도 집에 들어오면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감정에도 공과 사가 있는 거다.




나는 그렇게 살았는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맞춰주기만 바랬다. 그럴수록 더 힘들어지고, 실망만 쌓여갔다. 물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테고. 제인 오스틴의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나았을 텐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남녀 간의 밀고 당기는 연애소설로만 치부하고 말았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고 단정지었던 나의 ‘오만과 편견’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그 편견은 깨지고 말았다. 오만과 편견은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교만은 오만으로 나타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편견으로 드러난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게 된다.




그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고쳐야 한다. 삶은 그렇게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면서 성숙해가는 거라고 믿고 있다. 참고로 남녀 간의 열정과 사랑은 작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소설은 결혼에 이르는 남녀 간의 심리적, 사회적 차이를 따라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무슨 책을 읽든 선입견과 편견이 없어야 한다.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가 또 다르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두 번째는 좀 더 깊이 있게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한 번 만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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