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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31. 2022

본질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것

조지 오웰 / 나는 왜 쓰는가

누구나 완벽한 삶을 꿈꾸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가사 그런 삶이 가능하다고 해도 완벽만을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로 주변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완벽하게 살려는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삶을 추구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지도 의문이다.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우다가 오히려 더 비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완벽한 삶을 살 수 없음에도 완벽하게 살려고 하다가 스스로 망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계를 인정하고 깨끗이 실패하는 것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인생의 역설은, 완벽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완벽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완벽하려다가 전체를 못 보고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서 무리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만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1984', '동물농장'의 작가로 유명한 조지 오웰(George Owell, 1903 - 1950)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됨의 본질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고, 때로는 신의를 위해 '흔쾌히' 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정다운 육체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금욕주의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엔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한 타인에게 사랑을 쏟자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이다."

조지 오웰은 당대가 인정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기꺼이 내려놓은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그는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불온한 프랑코 파시즘에 저항하기 위해 의용군으로 참전했고, 거리의 부랑아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노숙자가 되어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과 고통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겉보기엔 그다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패배로 보이는 삶을 살았던 거다.


그러나 그에게 패배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패배가 아니었다. 그는 완벽한 승리보다 인간적인 패배를 받아들였던 따뜻한 사람이었고, 무엇이 인간적인 삶인지 끊임없이 성찰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는 남과 다른 길을 감으로써 남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된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그는 47세라는 짧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값진 삶을 살았다.


그는 책의 표제작 <나는 왜 쓰는가>에서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명확한 작가로서의 입장을 밝힌다.


정치적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바른 정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자칫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다 보면 정치에 냉소적이고 더 나아가 무관심해지기 쉬운데 오웰은 그러지 말라고 조언한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완벽하지도 못하면서 완벽을 추구했던 지난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었어야 했다. '나는 사랑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사랑한다고, 사랑했었다고 쉽게 말할 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먼저 내가 부서져야만 했다. 아, 그런데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백건대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동안 많이 패배했고, 지금도 여전히 패배하고 있으며, 나를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잘 알고 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조지 오웰의 삶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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