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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25. 2022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자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더 자야 낮에 피곤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서 좀 더 버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더 이상 누워 있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얼마전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 외에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지만, 그냥 잠이 안 오는 날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불을 켜고 책상에 앉아 얼마 전 다 읽은 찰스 핸디(Charles Handy)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에 대한 후기를 썼다. 이미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글에서 그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지만, 그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영철학자이자 경영사상가이다. 그러나 경영 분야에만 국한해서 활동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고,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사회철학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냈으나, 나이 때문인지 건강 때문인지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그의 손자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은 것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삶의 지혜와 방향에 대해 담담히 기술하고 있는 서간문이다.

효율과 편리, 합리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시대를 살았던 그는, 평생에 걸쳐 깨달은 불변의 진리와 삶의 지혜들을 고전과 현대 사상가, 철학자들의 사상을 오가며, 때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놓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좀 더 젊었을 때 알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들을, 더 늦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그는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통해 '너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도 인정했듯이, 그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삶이 주는 질문은 답이 있는 수학 문제와 같지 않아서 우리는 그 답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여러 질문들과 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학습은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받아 그것이 책이 되었든, 지혜로운 사람의 조언이 되었든, 조용히 이해되는 경험이라는 것을 책은 알려주고 있다. 그를 서문에서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를 인용한다.


말해다오, 그대의 계획이 무엇인지

누구도 손대지 않은 하나뿐인

그대의 소중한 삶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는 무언가를 새롭게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손자들을 비롯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 우리의 삶은 소중하니 그 삶으로 나만의 계획을 세워 스스로는 삶의 보람을 찾고,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는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독일 출신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언젠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야 하지만 삶은 되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서 이해해야 할 것이 여전히 많다고, 삶은 너무나 소중해서 그저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모두 훌륭한 명저로 기억하고 있다. <코끼리와 벼룩>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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