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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19. 2023

고통의 순간, 나를 위한 작은 위로

살다 보면 힘들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어려움, 도저히 출구도 보이지 않는 현실 그리고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사람들... 하루하루 지쳐가고 그게 심하면 현실을 아예 부정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선과 악, 긍정과 부정,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초한 어려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우리가 겪는 고통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고난이 주는 유익에 대해 주목해 보면 어떨까요? 일단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고난과 어려움을 인생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난의 유익은, 부족한 더 나아가 부정적인 부분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세상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완성이란 없고, 완성을 향해 가는 여정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길의 끝,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그 길을 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결과는 언제나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구요.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모두 성공해야 하고, 밤새워 공부한 사람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야겠지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결과에 연연하는 결과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나마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과정 속에서 행복이나 기쁨을 찾지 못하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궁극적으로 남는 것은 허망함뿐입니다. 내가 이걸 얻으려고 이 고생을 했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지요.

제 경험상 모든 것이 완벽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면 원했던 만큼 좋았던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하던 것을 얻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이 더 소중하게 남았습니다.


삶이 주는 고통 또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고통은 피하고 싶지만 때로 그 고통으로 인해 우리는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거나 경험하기도 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시선을 얻는 것이지요.


우리가 경험한 사랑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도 행복한 일이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까지 기다리는 과정 또한 설레고 두근거리며 좋았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손을 잡는 그 행위보다도 손을 잡기 위해 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고 상황을 살피는 그 순간이 더 짜릿한 것도 마찬가지지요.


기다림이 과정이고, 그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사랑에 조금 더 접근해 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함께 있는 시간보다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 건 그 기다리는 시간 속에 있습니다. 박해선 시인도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사랑하면 행복할 것 같아도,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어

비로소 사랑은 아름답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 부딪힐 것인가? 회피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상처를 입더라도 부딪혀서 돌파해야 합니다. 피하면 언젠가 비슷한 형태로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지요.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난을 돌파하면서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지요. 고난의 유익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도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힘든 건 사실입니다. 고난은 각자에게 절대적이어서 경중을 논할 수 없습니다. 형태와 시기는 다를지 몰라도 무게는 절대적이라 비교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나의 잣대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인 중의 의인이라는 욥(Job)의 고난 앞에 그의 친구들인 엘리바스, 빌닷과 소발이 범한 잘못이 그것입니다.


욥도 알 수 없는 고난 앞에서 절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내 힘으로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서 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힘겨운 고난 앞에 섰을 때 욥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힘든 시기를 통과할 때 제게 큰 힘이 되었던 성경 구절(욥기 23:10)입니다.



"내가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도 자신에게 닥쳤던 이유 없는 고난에 힘들어했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을 더 잘 알게 되었고 하나님과의 관계 또한 깊어졌습니다. 고난이 없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은혜였습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결과를 원하지만 하나님은 과정 속에서 우리의 자세와 믿음을 보십니다. 욥의 이 고백이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욥이나 저에게 힘을 주셨던 하나님이 당신에게도 힘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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