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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5. 2023

자기 안의 삶의 감각을 발견하는 시간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Yung)은 말했다. "일생의 전반은 관계의 시간이며, 나머지 후반은 자기 안의 삶의 감각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지금 지나고 있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전반기인지 후반기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나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고 해도 나이에 따라 전후반기가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는 것도 특별히 의미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굳이 나눈다면, 전반은 직업을 얻고 사회의 일원 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융이 그때를 '관계의 시간'이라고 칭한 것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인생의 전반기라고 관계만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소위 호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무엇보다 자신과 잘못 지내는 사람도 제법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 어떤 시기든지 사람들과의 관계와 나만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정작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다. 어떤 시기에 있든 내 안에 있는 삶의 감각을 발견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족 더 나아가 나와의 관계로 관계가 점점 좁혀지기 때문에 나만의 삶의 감각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 주변만 봐도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맺었던 사회관계나 인간관계가 정리되거나 단절되면서 점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때 '나와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따라 삶의 질과 남은 삶의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융이 말한 '삶의 감각'이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감각'이 사물이든 현상이든 거기에서 받는 느낌이나 인상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삶의~'라는 말이 붙어서 어려워졌다.


감각을 '발견하는'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봐서 이미 존재하는 데 간과했거나 잊었던 것을 되찾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찾아야 한다. '삶의 감각'이 무엇인지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경험 등에 따라 각자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감각'은 이런 것이다.


'독서와 같이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방법,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보고 나서 내 안에 무언가가 충만해지는 느낌, 어떤 사람이나 어떤 것도 부러워하거나 따라가려고 하지 않고 나라는 존재로 충분하고 나답게 살겠다는 자존감.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수 있고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 이 모든 것이 총합된 그 무엇이다.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여기에 언급한 요소들이 반영된다면 문제가 될 게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뭘 하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나만의 감각을 찾고 자족하는 것이다. 삶의 감각을 발견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삶의 감각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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