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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8. 2023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한결 선선해졌다. 어느덧 여름이 저만큼 멀리 가버린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가나 보다. 가는 계절을 붙잡을 수도 없고, 하긴 덥다고 투덜거릴 때가 언제였는데 왜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아쉽고 소중하다.


어디 계절만 그런가. 사람과의 인연도 만남도 다 때가 있다. 한 번 시기를 놓쳐 버리면 다시 어떻게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노력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가 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후에 남는 것은 안타까움과 아쉬움뿐이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난다. 그게 죽음이든 이별이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을 수습하고 보면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무척 크게 다가온다.


비록 한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나 상황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한때는 그렇게 미웠던 사람도, 피하고 싶었던 어려운 상황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싶어진다. 그 사람과 상황도 나의 삶의 일부였으니 내가 소중한 것처럼 그때의 삶도 소중한 것이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잃는 것은 나의 일부분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유독 아픈 것이다.




한편 그 상실의 아픔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연구한 바에 의하면 일단의 사람들에게 슬프고 힘든 내용의 영화를 보여주자 나이 든 사람들은 영화에 감정이입을 하며 공감을 보인 반면 젊을수록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는 것, 진정한 공감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월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야 한다. 물에 빠져도 보고, 목적지를 놓쳐 정처 없이 흘러가 보기도 하고, 물속에 박혀 눈에 띄지 않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보기도 하는 것, 그게 인생이다. 그 인생을 살아가며 맞닥뜨리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이 사람을 겸손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실의 아픔이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잃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 여름이 가는 것도 서글픈 마당에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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