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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4. 2023

다시 일상의 삶으로

추석 연휴 내내 자의 반 타의 반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낸 시간, 그 시간이 죽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냥 그렇게 앉아 있는 시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인생을 낭비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올해 추석은 무척 길었다. 임시공휴일까지 포함하면 거의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추석이 시작될 무렵, 부모님과 친척을 찾아뵙고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에 그치고 말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도 있었다.


그때 주로 TV를 봤던 것 같다. 오락 예능 프로그램이거나 부모님이 좋아하는 트로트 경연이 벌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TV를 보고 나면 머리가 멍했다. 내가 주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듣거나 보는 것은 사람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 마치 교육을 받을 때 지겨운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모처럼 시간을 낸 아이들을 위해 쇼핑몰에 간 날도 있었다. TV를 보는 것보단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피곤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실내를 오래 걸어 다녀서 그런 지도 모른다. 개방된 바깥 공간, 특히 숲 속을 걸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 속에 있는 것보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그나마 다시 깨달은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그래도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꼭 뭘 하지 않아도 여유 있는 삶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니까. 이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 기간 쉬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며 이렇게 생각했다. 평소의 생활 리듬이나 습관이 헝클어졌을 테니 나에게 맞는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자고. 밖에 나가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터벅터벅 걷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질 테니까. 오늘만이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자고. 이제 다시 몸과 마음을 리셋할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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