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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1. 2023

비가 귀찮고 불편하지만

지난 9월 말, 비가 자주 내렸다. 이틀 연속으로 비가 오는 날도 있었다. 기분이 영 별로였다. 구름이 덮인 하늘은 잔뜩 흐리고 해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날씨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걷다 보면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답답했다. 차를 타도 빗물에 옷이 젖고 걸어도 마찬가지고, 비는 나에겐 늘 불편한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비가 그치면 맑게 갠 하늘이 드러나면서 가을이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을 거라는 사실을. 뿌연 연무가 걷히고 세상 풍경이 더 또렷이 보이기 시작할 거라는 사실을. 바람도 한결 선선해지고 뭘 해도 좋은 풍요로운 시간이 오리라는 사실을. 그 생각을 하면 이 비도 참을 만한 것이 된다.


동전의 양면, 한쪽 면만 보고 마치 그게 전부인 양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잘되지 않는다. 비가 올 때는 오직 비만 보인다. 구름이 가리고 있어 해를 볼 수 없다고 태양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다. 당장은 별로인 일이 지나고 나면 나에게 좋은 일로 밝혀지고, 좋았던 일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비가 오는 것도 자연 현상의 일부이고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거저 돌아가거나 이유가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지금 비가 오는 건 와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비가 오는 동안 비가 그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히 날씨 탓만 하고 있으면, 준비 없이 맞는 미래가 암흑인 것처럼, 비가 그치더라도 속수무책이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날씨 역시 우리 삶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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