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Oct 12. 2023

눈부신 햇살을 받으니 그 자체로 좋았다

지난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보니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햇볕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지난여름 덥다고 이 햇볕을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해가 그리워지다니, 어느덧 계절이 가을임을 몸소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태양도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건가 보다 했다. 셀 수 없지만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 '나'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였다. 그렇다고 나를 떠나거나 버릴 수도 없고. 물론 좋을 때도 있지만.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햇살을 쬐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느낌, 부드러운 감촉…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몇 분 있었으려나, 벌써 해는 나를 피해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기분 좋은 순간은 짧았다. 햇볕을 따라서 움직이면 되지만 그마저도 곧 사라지고 말 터, 좋은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러니 이 순간이 내 곁에 잠시 머물 때 충분히 누려야 하는 것이다.




"도담은 여유롭게 헤엄치며 웃었다. 자유롭다. 수면에 나와 눈부신 햇살을 받으니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로 좋았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 <정대건 ㅡ 급류>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귀찮고 불편하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