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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3. 2023

우리도 어차피 인간이었으니까

평소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가까운 거리는 가급적 걸어 다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처럼 간혹 운전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오랜만에 운전을 해서 그런지 운전이 무척 낯설었다. 조심조심 차를 몰면서 사무실에 왔다. 운전이 조심스러운 것은, 자칫 실수를 할 경우 운전을 하는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자동차를 모는 것을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핸들만 잡으면 목적지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조바심과 조금이라도 앞에 빈 공간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 비슷한 것까지 겹쳐 여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게 아니다. 당연히 운전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지고 무척 피곤하다. 운전을 직접 해보면 뭔가를 내가 직접 하는 것과 남이 해주는 것을 받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무래도 직접 운전할 때보다 신경이 덜 쓰인다. 운전을 통해 깨달은 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의 언행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곤 한다. 좋은 말보다는 주로 비판과 비난조다. 하지만 그 일이 나한테 일어나거나 나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직면하면 달라진다.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누군가의 언행이 '이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사람이 다 그렇지.' 이렇게 후퇴하는 것이다.  


'정 그러면 네가 한 번 해봐.' 이런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하여, 누구를 비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나 아이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갈 때 ‘왜 이렇게 운전이 서툴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 내가 운전한다고 이만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입 밖으로 나올 말을 도로 삼키게 된다. 그러니 남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것만큼 제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2005>에서 '금자' 역으로 나오는 배우 이영애의 유명한 대사 '너나 잘하세요!!' 이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맨부커상 수상작가인 존 밴빌이 쓴 소설 <바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의 아내는 병에 걸려 곧 죽을 운명이다. 그녀는 죽기 직전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짓지 마. 나도 당신을 미워했어, 조금은. 우리도 어차피 인간이었으니까." 그 무렵 애나는 과거 시제만 쓰려고 들었다.


'우린 어차피 인간이었으니까...' 가슴 아픈 말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이다. 이 사실만 기억한다면 누구를 탓할 일도, 비난하거나 욕할 일이 없다. '너는 매사에 왜 그 모양이냐?'는 핀잔은 그 말을 하는 나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나오는 교만한 소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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