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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3. 2021

잃어버린 꿈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약간의 꿈이 위험하다면 거기서 헤어나게 해주는 것은 꿈을 덜 꾸는 것이 아니라 더 꾸는 것, 아니, 온통 꿈만 꾸는 것이라네.”

<마르셀 프루스트 _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언젠가부터 꿈이 사라져 버렸다. 나이가 들어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이가 든 것이다. 이젠 뭘 해도 즐겁지 않다면, 아마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오늘은 내가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 탓도 아닌, 내 탓이다. 돌이켜보면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 지나간 세월만큼 꿈은 사라지고 후회만 쌓였다.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인생이 꿈과 같다고 한다. 아마 실체가 없고, 깨고 나면 허무한 것이 꿈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지나고 보니, 정말 꿈만 같다. 일도, 사랑도, 그 모든 것이. 프루스트는 꿈이 위험하다면, 꿈을 꾸지 않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꾸라고 한다. 아,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와 프루스트의 차이겠지만.


생각해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안다고 해도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낫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어느새 다가온 계절의 변화다. 밤에도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이어져 자기 어려웠는데 어제부터 한결 나아졌다.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 좋아하는 그룹 Birds of Tokyo가 부른 곡을 들을 수 있고, 거장 토마스 만의 아름다운 글을 음미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더 이상 바라면 욕심이라고 나를 타일렀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말했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라고. 오늘이 그런 날이다.


https://youtu.be/mbJ3vacGOhw


이렇게 둘이 앉아 있다니 꿈만 같아. 

아주 깊디깊은 꿈만 같아. 

이건 익히 잘 아는 꿈이자 줄곧 보아 온 꿈이며 

오랫동안 꾸어 온 영원한 꿈이지. 

지금처럼 네 곁에 앉아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영원이야. 

<토마스 만 _ 마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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