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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1. 2023

성공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한

얼마 전 끝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맘때 벌어지는 소동을 보면서 문득 수많은 수험생들이 왜 이토록 고생을 해서 대학을 가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묻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물었다. 나는 왜 대학을 갔을까. 가서 무엇을 했고 내가 꿈꾸었던 것을 이루었을까.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 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때 지나치게 미래의 직업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직업이라고 하지만 핵심은 남들보다 돈을 얼마나 더 잘 벌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취업도 쉽지 않은 현실, 낭만적으로 순수 학문을 하거나 지식을 갈고닦기 위해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진학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갈 나이였다고 해도 요즘 학생들과 같은 입장에서 시류에 따라갔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 성공과 부의 축적을 위해 달려가는 사회가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깊은 실의와 절망감에 빠져 살아야 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는 곳이라면 과연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모두 좋은 대학, 남들이 선호하는 과를 가고 싶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할까. 소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망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좌절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성공의 의미부터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의미와 가치!! 내가 하는 일이나 공부를 통해 어떤 의미를 찾고 얻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면 결과에 덜 연연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좋아서 그래서 얼마나 몰입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해져야 하고 결과를 떠나 그런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힘든 이들에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진 시대에 가끔은 말이 되지 않는 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지금의 잣대와 기준으로 대학과 과를 정했다가 초거대 AI의 등장으로 요즘 사람들이 선호했던 직업이 사라질 운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잔꾀를 지나치게 부리면 그 꾀에 내가 넘어가는 법이다.


묵묵히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비록 돈은 적게 벌릴지 모르지만 후회를 덜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행복해지는 비결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일상에서 얻어지는 작고 소소한 기쁨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 와는 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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