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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7. 2023

잊혀진 안부 그림자처럼 사라진 인연

<전화를 받았다>


귀에 익은 목소리. 오랜만이라고, 잘 지내느냐는 안부 전화였다. 생각해 보니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지 오래되었다.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말들, 의례적인 안부. 대화는 종종 방향을 잃었고 나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이내 불편함이 느껴졌다.


매일 연락하는 사람과는 할 말이 없어도 편한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편하지 않다. 연락이 없었던 시간만큼 느껴지는 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건 한순간. 조만간에 한 번 보자는 말을 서둘러 남기고 말았다.




<전화를 했다>


어떻게 지내냐고, 별일 없느냐고 물었다. 역시 안부 전화였다.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 일이 많으냐, 건강도 챙기면서 하라는 말.  반복되는 의례적인  안부. 남은 아쉬움.


모두 한때는 함께 일하며 웃고 떠들면서 정이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함께 머물던 곳을 떠나면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리라고는. 무심함에 마음이 상하리라고는.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지만 글쎄, 가능할까.  


가끔이라도 연락을 하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어진 사람도 부지기수. 안부가 궁금해도 연락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 세월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들고 무뎌지고 사라지게 만든다. 시간을 이길 건 아무것도 없다. 덧없다.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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