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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8. 2023

세월의 무게와 흔적

얼마 전에 어머니를 오랜만에 뵈었다. 연로한 탓인지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신 어머니, 발이 불편해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셨다. 그간 살아온 인생의 짐과 무게가 몸을 더 무겁고 힘들게 한 것이리라. 물론 그 짐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하는 마음까지 드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방법도 없다. 평생 힘들게 살아오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배어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건강하려면 뭘 해야 하고, 뭘 고쳐야 한다느니 잔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나도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어머니에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고 만 것이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나에게 이런 잔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아들인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세월이 너무 흐른 것일까. 세월의 무상함까지 더해져 마음은 점점 요동을 쳤다.  


어느덧 중년,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여전히 어머니 앞에 서면 어린아이 같다. 어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넌 여전히 어린 시절 그대로라고.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일까. 미흡하고 챙겨주고 싶고 안쓰러운 존재.


이젠 당신이 그런 존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이 안쓰럽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심한 자책으로 밀려왔다.  




어머니를 뒤로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여전히 떠나는 아들이 못내 아쉬운 듯 멀리 서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모습,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어머니, 곧 또 올게요. 건강하세요. 소리를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어서 잘 가라는 손짓만 하시는 어머니, 그저 자식 걱정 때문인지, 보고 싶은 마음을 지우기가 어려우신지 아쉬운 표정이 얼굴에 묻어났다.


쌀쌀해진 날씨, 나이 든 어른들에게는 혹독한 계절이 왔다. 어머니에게도 불편한 계절이 온 것이다. 차가워진 공기에 외투 깃을 여미는 내 손길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 <별 헤는 밤>에서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아리는 것은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하면서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호칭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아련한 추억이었다.


공기와 같은 존재인 어머니, 가을이 쉬이 가버린 탓인지 나에게도 어머니 역시 동틀 녘이 되면 곧 사라질 운명인 밤하늘의 별과 같이 이젠 시간에 쫓겨 그 별들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어떤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다.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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