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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11. 2024

편리와 효율 & 지혜와 여유

이른 아침, 병원에 갔다 오는 길에 사무실까지 걸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려서 그런지 모두 외투를 굳게 여미고 어떻게든 찬바람을 막아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추운 날씨가 언제 있었던가 할 정도로 그동안 겨울 날씨치고는 따뜻했는데, 절기상으로 소한(小寒)을 지나고 나니 제법 추운 날씨가 온 것이다.


올해는 음력 절기가 늦어서 추위도 늦게 온 것 같다. 지금은 양력으로 날을 헤아리지만 조상들이 만든 음력이 더 맞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측량기술이 현재보다 떨어진 과거에 어떻게 절기를 만들고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것들은 박물관에나 들어갈 유물로 생각하는 요즘, 다시 한번 그 시절의 지혜를 생각했다. 지금 우리의 편리한 삶도 과거의 성과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인공지능이 나오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요즘, 가끔 지난 시절을 생각하는 건 그런 이유도 있었다.




지금의 것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효율성과 편리의 대가로 우리는 건강과 여유를 잃었다. 복잡한 문제나 의문이 들면, 별생각 없이 휴대폰부터 검색한다. 단편적인 지식은 쌓이나 그 지식을 지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다. 지혜는 필요한 부분을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감내해야 비로소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책을 읽다 보면 때로 굳이 이 부분을 써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서사가 긴 작품이 있다. 그러나 그 서사가 있어 스토리가 충실해짐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불필요하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요즘은 더 이상 그런 유의 책을 읽지 않는다. 바쁘기도 하고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당장의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요즘 세태니까.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모두 겪은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편리와 효율도 중요하지만, 지혜와 여유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현대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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