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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08. 2024

모두 지난해의 연속일 뿐이었다

나는 달이 바뀐다고 새달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해가 바뀐다고 해서 새해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내가 그대로인데 달이나 해가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러고 보니 벌써 2024년 1월이 지나갔고 2월도 조금 있으면 중순이다.


2월이라고 하면 왠지 새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나마 새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월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면 2023년과 비교해서 그다지 바뀐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뭔가 바뀌는 일에 무심했다. 그렇게 달이 가고 해가 갔다. 나쓰메 소세끼의 <한눈팔기>에도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마치 평소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해가 바뀌자 겐조는 하룻밤 사이에 변한 바깥세상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 쓸데없는 일이야. 인간이 잔재주를 부리는 거지." 실제로 겐조의 주변에는 섣달그믐도 정월 초하루도 없었다. 모두 지난해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신년을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싫었다. 그런 새삼스러운 말을 입에 담기보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있는 편이 나았다.


일상의 삶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똑같은 생활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나도 한때 겐조처럼 생각했었다. 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인위적으로 달을 구분 짓고 해를 셈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사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똑같을 뿐이라고, 사는 게 지겹다고 탓하기 전에 내 안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충격 없이 내가 나를 성찰하고 바꾸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뭔가 구분 짓지 않으면 바뀐 것 같지 않아서 우리는 끊임없이 구분 짓고 뭔가를 바꾼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달을 만들고 해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바뀌는 것은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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