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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4. 2024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수도

듣고 보는 것은 늘었는데,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보다 피곤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는 말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


TV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 홈즈 역할을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그는 "소셜미디어를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런 걸 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 늙어버렸다."


배우 강동원도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어? (그게 뭔데)"라고 의외의 답을 했다고 한다.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컴버배치는 1976년생이니 더 이상 젊다고 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고, 1981년생인 강동원 역시 벌써 마흔이 넘었다. 늘 젊게 봤는데 막상 그들의 나이를 알고 나니, 나만 나이가 든 게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던 거다. 그러나 이 사실이 위안이 되기보다는 묘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인생의 무상함을 논하는 건 너무 나간 거지만.




중요한 사실은, 굳이 몰라고 되는 사실을 알려고 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에 신경 쓰면서 스스로를 소진하는 것이다. 모두 나를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손 안의 인터넷인 휴대폰과 SNS의 발달로 우린 실시간으로 세상 소식을 듣는다.


트렌드며 요즘 유행하는 풍이나 드라마, 영화의 중요 장면이 짧은 유튜브 숏츠(Shorts)나 인스타그램 릴스(Reels)에 올라오면서 뒤늦게 이런 영화가 있었나 하며 놀라기도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뭘 검색하려다 정작 검색할 내용은 찾지 않거나 잊어버리고 인터넷 바다에서 헤맨 적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정보 앞에서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SNS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은 필요한 것도 있지만 굳이 몰라도 되는 소식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를 앎으로서 머리만 복잡해진다. 편안히 쉬어야 하는데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물론 이것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휴대폰을 오프(off)하거나 SNS를 마냥 끊을 수도 없는 노릇(끊으려고 해도 도저히 끊기가 어려울 정도로 중독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접하는 정보의 양과 수용 범위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삶이 흐트러지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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