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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7. 2024

겨울은 겨울답게 나는 나답게

그제 밤에는 하늘이 흐려 별과 달도 자취를 감추었다.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의 결이 삭막하고 건조했다. 곧 부러질 듯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들. 오가는 사람들마저 뜸해 어떤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적막한 순간. 모든 생명체들이 무기력해 보였다.  


풍경과 날씨의 부조화. 풍경은 겨울인데 날씨는 겨울도 아닌 그렇다고 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시간에도 모순이 있다면 지금이 아닐 수 없다.


요 며칠 지속된 따뜻한 날씨만 놓고 보면 어디에선가 꽃망울이나 푸른 잎이 피어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눈에 비치는 풍경은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겨울이라니, 이런 불일치가 또 있을까.


혹여, 나무가 이제 겨울이 끝난 줄 알고 잎을 틔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지난 12월,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이 며칠 지속되었을 때 나무 중에 일부가 어린 새싹을 성급하게 틔었다가 이어진 추위에 모두 얼어버린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계절을 혼동한 나무의 착각, 역시 모순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성급히 봄이 왔다고 말하는 대신 과연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따뜻해졌다고 겨울이 끝난 건 아니다. 끝을 봐야 끝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겨울은 준비의 계절이다. 신록이 우거진 절정의 푸른 초목처럼 언젠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도 인생의 절정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봄이 오면 필드에 나가 공을 치거나 어디 놀러 갈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처럼 우리도 지금 보내고 있는 겨울의 삭막하고 무력했던 기억을 가슴에 잘 새겨 찬란한 봄을 잘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는 과연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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