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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8. 2024

화가 나면 청소를 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풀릴 때까지 계속 화를 낼까. 그런다고 화가 풀릴까.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딱히 달라지는 것도 없고.


화가 난다는 건 일어난 일이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고집스러운 '자아'가 있다. 화를 낸다는 건 나에게 여전히 화를 낼 힘이 있다는 말이다. 현상을 변경할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아무리 화를 내도 바뀌는 것이 없다면, 더구나 화가 난 대상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면 보통 사람들은 제풀에 지쳐 포기하고 만다. 계속 화를 내면 나만 손해고 더는 그럴 힘도 없기 때문에 어서 화를 진정시켜야 한다.  


얼마 전 읽은 윤성희 작가의 <네모난 기억>이라는 단편에는 화가 난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한 조언이 나온다. 화가 나면 청소를 하라는 것!!


'정민은 이유를 알 수 없이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정민은 대청소를 했다. "화가 나면 청소를 해." 그건 정민의 아버지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친구한테 놀림을 받아 화가 난 정민에게 유리창 청소를 시켰다. 아버지는 마당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주었고 정민은 호스를 들고 거실 유리창을 향해 물을 뿌렸다. "우리 정민이 자주 화나야겠다. 우리 집 유리 깨끗해지게.' 어머니가 무지개를 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화가 나면 그 상황에서 신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화를 푸는 좋은 방법은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전혀 의외의 일에 몰두하거나 아니면 다른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면 의외로 어느 순간 화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화가 나면 100까지 세라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지금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다면, 혹시 무력감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청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집이 깨끗해져서 좋고 나는 화를 다스릴 수 있어서 좋고.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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