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으로 또는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야 하는 관계는 피곤하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고 나면 진이 빠지기 십상이다. 인간관계만큼 힘든 것도 없다.
아무리 편한 사이라고 해도 상대의 기분을 살펴야 하고 때로 듣기 싫은 말이나 나와 생각이 다른 말도 들어주어야 한다. 행여, 의견이 서로 다르면 더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견해나 의견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지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뭐 이해는 해. 하지만 동의할 수 없어. 내 생각은 다르니까." 이렇게 쿨하게 생각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말꼬리가 잡히면 흥분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주제, 누가 뭘 해서 돈을 얼마나 벌었고, 누구와 가까워서 좋은 자리에 갔다는 등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말을 듣다 보면 내가 몰랐던 정보를 얻었다는 새로움보다는 꼭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기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기가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활력과 힘을 주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 말만 하는 피곤한, 더 나아가 기를 빠지게 하는 사람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