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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21. 2024

피곤한 사람과 안전하게 거리두는 법

모임이든 누군가를 만나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대충 알게 된다.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니 대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직업, 비슷한 관심사, 같이 걸어온 길...


그럼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생각이 너무 달라서 불편한 만남도 있다. 특히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쉽게 논쟁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배경이나 관심사를 고려하고, 민감한 주제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적정한 거리, 균형 잡힌 시선은 인간관계에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상대방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다. 신념이나 의견, 생각들도 흔들리고, 그들과 비교해서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면서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일종의 생각의 전염이라고 할까. 모임 자체가 점점 피곤해진다.


따라서 누구를 만나,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지 따져보는 것은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말에도 내가 가지고자 했던 가치관이나 신념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바로 세울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이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 생각이 항상 옳을 수 없다.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고. 그때는 신속히 나를 고쳐야 하겠지만. 하지만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나 관점마저 다른 사람에 맞추면 어느 순간 나는 사라지고 만다.


상대를 배려하되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지나치게 경도된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화제를 신속히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게.


그런데도 요즘 나를 보면, 지킬 것은 지키지 못하고 굳이 바꿔도 사는데 별지장이 없는 것은 여전히 고집하고 있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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