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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10. 2024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이유

지지난 주, 조깅을 하다가 넘어져 다친 상처가 여전히 잘 낫지 않고 있다. 팔 부분은 습윤밴드를 붙여서 상처가 아물어가지만, 손등에 난 상처는 밴드가 잘 붙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씻다가 물이 닿으면 연고가 씻겨나가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넘어질 때 손바닥에 난 생채기 역시 마찬가지다. 벌써 일주일 넘게 이러고 있다. 예전에 비해 상처로부터 회복이 늦는 건 아마 나이 탓도 있을 것이다(링크). 


샤워할 때 상처 부위에 물이 닿으면 여전히 불편하다. 건강할 때는 씻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평소 특별한 일 없이 샤워를 하거나 세수를 하고 몸을 씻는 것이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얼마나 복된 일인지를 요즘 들어 부쩍 더 실감하고 있다. 


신체의 완결성이 무너지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소한 상처 때문에도 이렇게 불편한데, 하물며 수술을 받는다거나 더 크게 다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파야 비로소 돌아보는 삶 그리고 건강, 건강 역시 공기와 물처럼 평소에는 소중함을 잘 모르고 넘어간다. 


생각해 보면, 손에 난 상처보다 더 힘든 건 영혼과 마음에 상처가 나는 것이다. 보이지 않아 치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릴없이 방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 일에 무뎌진, 딱딱하게 굳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너무 늦다. 


문득 손에 난 상처를 보다가 과연 나는 내 마음을 잘 돌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다가 언젠가 더 큰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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