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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08. 2024

빗속을 걸으며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이른 아침. 연이틀 내린 비로 메마르고 건조했던 땅은 어느덧 물기를 흠뻑 머금어 걸을 때마다 신과 바지에 빗물이 튀었다. 해는 어디론가 숨어 사방은 어둡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출근 시간인데도 평소보다 오가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늘까지 쉬나? 아니면 벌써 출근해서 일하고 있나? 우산을 쓴 사람도 있고 그냥 걸어가는 사람도 있다. 우산을 안 쓰고 걷는 사람들은 이 정도 비라면 맞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비가 그쳤다고 생각해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 속에 섞여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기에 바빠 보였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방향은 제대로 찾아서 가고 있을까.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믿어도 때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시선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발걸음이 흔들려서 그런지 자칫 딴생각을 하면 목표지점을 벗어나기 쉽다.


늘 가던 길, 똑같은 일, 매일 만나는 사람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 발걸음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활기차게 목표를 향해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가라앉았다. 어서 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코끝에 부딪히는 공기에 풀과 흙 내음이 물씬 풍겨났다. 비 오는 날, 맡는 공기는 폐에 활력을 주고 초록의 냄새가 묻어나 기분을 새롭게 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비가 그치면 초록이 더 무성해지리라. 희망이 있다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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