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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30. 2024

열심히 썼다 살기 위해서

"나는 그 서른 살의 초여름, 처음 진심으로, 문필 생활을 지원했다. 생각하면, 늦은 지원이었다. 나는 무엇 하나 도구 다운 물건이라곤 없는 하숙집 작은방에서, 열심히 썼다. 하숙의 저녁밥이 밥통에 남으면, 그걸로 몰래 주먹밥을 만들어 놓고 심야 작업 때의 공복에 대비했다. 이번엔, 유서를 쓰는 게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썼다." 


<인간 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도쿄 팔경>에 나오는 글이다. 무언가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치심, 후회 등 자신의 온갖 감정과 맞서야 하고, 하기 싫은 생각도 해야 한다. 하물며 가공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구상하고 공부해야 한다.  




한때 틈틈이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 그날그날 경험한 사건이나 일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하루를 보내고, 어떤 일을 겪으면서 느꼈던 감상과 생각을 글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그때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주로 후회와 자성(自省)으로 가득 찬 글이 대부분이다. 


글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반성하고 자책했으면서도 나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글 쓸 때와 실제 생활이 괴리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삶에 변화도 없었다. 그러곤 다시 후회와 반성의 일기를 썼다. 


하지만 그때 뭔가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려고 노력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말대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썼다. 그때 썼던 일기를 지금 읽어보면 부끄럽다. 지난 시절 썼던 글은 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 부끄러움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서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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