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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27. 2024

소란한 것은 세상인가 나인가

아무도 없는 빈 공간, 적막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북적였던 사무실이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진다.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사람인지 아니면 공간 그 자체의 분위기일까.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때로 사람이 없어야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어제 저녁, 사람들이 머물던 공간에 혼자 남아서 일과 중에 보지 못한 뉴스를 봤다. 걸그룹 뉴진스(NewJeans)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 의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대립되는 주장과 폭로, 서로에 대한 비난과 음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분쟁과 다툼으로 가득하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인간은 헤어질 때도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만남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헤어질 때, 아름답게 갈라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한없이 좋다가도 헤어질 때가 되면 상대의 흠을 들춰내기 바쁘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다 너 때문이라고. 음모라고. 나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왜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니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안타깝다. 탐욕, 욕망. 인기와 돈. 명예. 허망한 것이다. 그 자체가 허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으려고 몸부림치는 인간의 몸짓이 허망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너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칫한다. 나라고 그들과 다를까.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성장하려는 노력이다.


더 이상 사무실에 있기 어려웠다. 어서 집에 가서 한적한 산길을 뛰고 싶다. 이렇게라도 수시로 나를 비워내고 털어내지 않으면 나도 그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미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의 거울이고,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은 그들이 아닌 나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또 확인했다. 삶의 진실에 대해. 그리고 나의 실상에 대해. 세상에 누구를 비난하고 비판할 만큼 흠 없는 사람이 있을까.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점점 커져만 가는데 여전히 나는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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