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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23. 2024

늘 그리워져요 못 잊는 거죠

"전 아직 어리지만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마냥 좋아서 그땐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한 사람이 늘 그리워져요. 못 잊는 거죠. 헤어진 후엔 그런가 봐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나오는 글이다. 같이 살던 사람이나 연락을 꾸준히 하던 사람도 같이 살지 않게 되거나 연락이 끊어지면 서먹서먹해지다가 어느새 낯설어진다. 오죽하면 근처에 사는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옆에 없으면, 목소리라도 듣지 못하면 못 살 것 같아도 시간문제일 뿐 그 사람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 곧 적응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게 되고 나면 한때나마 같이 살았던 그리고 연락하고 지냈던 때가 언제였던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나는 이 사실을 진작 깨달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의 인연이 끊어질 것 같으면 그게 염려스러워 헤어질 때 많이 주저하곤 했다.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하면서 후회한 적도 여러 번이다. 어렸을 때 집을 떠나 이런저런 헤어짐을 자주 겪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뒤돌아보면 헤어진 사람들 중에는 그 후 다시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가끔 그들을 떠올리며,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을까...' 이런 궁금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체념하고 만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살다 보면 연이 다한 사람도 있는 것을. 그게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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