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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0. 2024

높은 곳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흥분하면 사리분별이 잘되지 않는다. 화가 나도 마찬가지. 화가 나는 것은 뭔가 못마땅하거나 언짢다는 것으로 그 중심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 불완전하고 연약한 나 자신 말이다.


"남들과 다투는 자는 옳고 그른 것의 마땅한 것을 밝힐 수 없고, 사물에 가려진 자는 좋고 나쁜 것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 왜 그러한가? 몸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문인 홍석주(1774 - 1842)가 1803년 광활한 요동 벌판을 지나며 남긴 말이다. 다툼을 초월해야 비로소 내 그릇됨과 허물이 보이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비로소 사물의 진정한 효용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 내 눈과 귀를 가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홍석주처럼 요동 벌판 한복판에 있지 않더라도 나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물리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야지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처럼 마음을 넓히고 삶을 깊이 성찰한다면 깨닫지 못할 이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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