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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8. 2024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연결고리

최근 정지돈 작가가 前 여자친구인 유튜버이자 아프리카 TV에서 BJ로 활동했던 김ㅇㅇ의 사생활과 실명을 무단으로 인용한 단편소설에 대해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는 소식(링크)을 접했다. 소설가가 창작 활동을 하면서 작품에 자신의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 전 여자친구의 이름과 일치하며, 내용 또한 그녀의 경험으로 추정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창작의 자유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나는 정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고, 문제가 된 소설 역시 읽지 않았다. 또한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과 경험이 전 연인의 작품에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혹시 여전히 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의 근황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쓴 소설을 읽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작가라면, 전 연인과 관련된 정보를 작품에 활용할 때는 더욱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오해를 받을 이야기를 소설에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나 그들의 관계를 아는 주변인들이 읽을 수도 있는데?




요즘은 헤어져도 서로의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연락수단이 제한적이어서 관계가 끝난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로 여전히 상대의 동정이나 근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하물며 두 사람처럼 소설가에 유명 유튜버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라면 서로의 정보를 단절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헤어져서 괴롭고 여전히 연결되어 있어서 또 괴롭다면, 차라리 예전처럼 한 번 헤어지면 그걸로 끝인 것이 낫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정 작가의 부주의함, 즉 전 연인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 사려 깊지 못한 태도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물론 이건 언론 기사에 나온 내용만을 토대로 판단한 것이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닐 수 있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상대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을 했어야 했다. 혹여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글로 표현하게 되더라도 사실관계보다는 감상 위주로 썼어야 한다.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역시 전 여자친구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의 사랑은 때로 서로에 대한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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