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l 01. 2024

너무 나를 방어하려고 애쓰지 마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스탕달의 <적과 흑>을 뒤적이다가 이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을 때는 항상 자기 감정에 호소하기 마련이다.'


이 문장을 곱씹다가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나의 어두운 면이 떠올랐다.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내가 취해왔던 방어적인 태도, 그로 인해 빠졌던 자기 연민의 늪.


실수했을 때 종종 나를 방어하기 위해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을 탓하곤 했다. 상황이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마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것이다. 자기 감정에 호소하는 습관은 결국 자기 연민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나는 나를 처량하고 안쓰럽게 여기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연민의 정은 다른 사람에게 향할 때 아름다운 감정이 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인간미가 바로 연민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정이 자기 자신을 향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 연민은 스스로를 더 깊은 고립으로 몰아넣고, 자신을 강화하는 이기적인 성향으로 흐르게 된다.


물론 스스로에게 객관적이 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해부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쉽게 나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진정한 성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를 바꾸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비뚤어진 감정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바꿔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사람이다 보니 실수나 잘못을 피할 수 없지만, 설사 실수를 했더라도 자기 연민이나 자기 합리화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연결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