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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4. 2024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내 일이 될 수 없다

며칠 전 새벽부터 흐리더니 출근 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비가 와도 사무실에만 있으면, 특히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으면 비가 오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내 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은 낭만적일 수 있지만, 거리를 걷다 보면 비는 피해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비가 오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도 없고,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교통 체증도 심해지며, 비를 안 맞기 위해서 우산까지 들고 다녀야 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더군다나 우산에 묻은 빗물이라도 떨어질라치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코엑스 몰과 연결되어 있어서 비를 맞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다. 몰 안에만 있으면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세상과 단절된 채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실내에서 거의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에어컨도 잘 나와서 무더운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다.


게다가 '별마당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영화관도 있어 적당한 오락거리나 시간을 보내기도 나쁘지 않다. 요즘은 외국 사람들까지 늘어서 여기가 우리나라인지 외국인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지만. 저녁 무렵, 머리가 무거워 코엑스를 천천히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며 한시름을 덜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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