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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9. 2024

바쁘게 그리고 또 뭔가를 해야 하고

얼 전, 고등학교 선배가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탔습니다. 낮 시간인데도 전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구나. 저 사람들은 왜 이 시간에 돌아다니지? 휴대폰에 그렇게 재미있는 게 많을까?’ 아마 그들도 나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바쁘게 살아갑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어김없이 일이 생겨 편하게 놓아주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갑자기 들려온 부고 소식에 계획에도 없던 조문을 가고 있었으니까요.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갈 길을 알고 가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가니까 그냥 따라가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검찰에 있을 때 동료나 선배 또는 후배들을 보며, 일과 후에 무슨 약속이 저렇게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비슷합니다. 후배 검사들과 저녁 약속을 잡으려고 하면 날짜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 때문에, 선약이 있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모임을 잘하지 않습니다. 바쁘다는 사람들에게 밥 먹자고 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뭘 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찾아오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불현듯 끝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든 신경도 쓰지 않는 그때 말입니다. '그때가 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철 안 경로석에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언젠가 닥칠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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