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도

by 서영수

토요일마다 서울 시내는 시위나 각종 행사로 교통이 혼잡하다. 어제도 역시 길이 막혀 차량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거북이걸음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택시 기사에게 다른 길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웬걸, 오히려 내가 제안한 길이 더 막히고 말았다. 룸미러에 비친 기사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히 있을걸, 운전은 택시 기사가 전문가인데, 내가 뭘 안다고...'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그냥 맡겨둘 걸 그랬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굳이 '머피의 법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나 방법이 종종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았다.


가던 차선의 흐름이 느려 보여서 차선을 바꾸면, 이전 차선이 더 빨리 가는 일이 빈번하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지만,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 뭔가를 시도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어제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자니 늦을 것 같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니 오히려 그전만 못하고. 어쩌면 둘 다 큰 차이가 없는데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내 마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불리해도 내가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자신이 없다면, 그저 그러려니 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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