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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4. 2024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도

토요일마다 서울 시내는 시위나 각종 행사로 교통이 혼잡하다. 어제도 역시 길이 막혀 차량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거북이걸음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택시 기사에게 다른 길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웬걸, 오히려 내가 제안한 길이 더 막히고 말았다. 룸미러에 비친 기사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히 있을걸, 운전은 택시 기사가 전문가인데, 내가 뭘 안다고...'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그냥 맡겨둘 걸 그랬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굳이 '머피의 법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나 방법이 종종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았다.


가던 차선의 흐름이 느려 보여서 차선을 바꾸면, 이전 차선이 더 빨리 가는 일이 빈번하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지만,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 뭔가를 시도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어제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자니 늦을 것 같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니 오히려 그전만 못하고. 어쩌면 둘 다 큰 차이가 없는데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내 마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불리해도 내가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자신이 없다면, 그저 그러려니 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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