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l 21. 2024

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세요

추상적인 조언은 실제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행복하세요!'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세요.' 같은 말은 좋은 말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공허한 말장난에 그치고 만다. 오히려 자주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만 난다.


헤어질 때 통상 말하는 "또 보자, 잘 지내. 늘 건강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의 말은 그저 인사치레에 불과한 것이지, 정말 상대의 건강을 염려하거나 다시 만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만날 생각이라면 헤어질 때 다음 약속을 잡았을 것이고, 진심으로 건강이 염려된다면 그전에 그의 건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을 것이다. 읽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읽고 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는 것과 자기 계발서와 같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컨대, '행복하세요' 대신 '하루에 10분씩 감사 일기를 써보세요.'라는 식의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어떻게?'가 궁금했지만, 속 시원히 그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면 그들도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의 삶 역시 늘 추상적인 상태에 머물러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읽다가 중단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조금씩 읽고 있다. 난해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이 소설의 장점은 디테일에 있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미주알고주알 서술할 수 있는지 놀랍다.


프루스트의 소설은 '어떻게?'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10권이 넘는 대작이니 이렇게 읽다가는 언제 다 읽을지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읽으면 언젠가 완독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니, 완독이 목표가 아니라 프루스트가 자신의 시대를 살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나 그의 정신을 조금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이 내 삶에 주는 구체적인 통찰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니까 아름다운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