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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22. 2024

차라리 더 심심해지면

요즘 매우 단조롭게 살고 있다. 딱히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일이 없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이 없는 심심한 삶이다. 요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비슷했다.


최근에는 TV 리모컨을 돌리며 여러 채널을 헤매다가 자야 할 시간을 놓친 적도 여러 번이다. 당연히 다음날 피곤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밤이 되면 비슷한 일이 반복되곤 한다. 책을 보려고 해도 좀처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TV를 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할 때 TV를 보는 사람도 제법 많다. 하지만 나처럼 특정 방송에 정착하지 못하고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기만 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더 심심해지면 어떨까? 여러 생각 끝에 나는 차라리 더 심심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더 심심해지면 지금보다 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심심하면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을 찾거나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최소한 밤 시간만이라도 그렇게 보내면 어디 처박아 둔 책이라도 뒤적거리게 될 것 같다. 결국 심심함을 또 다른 심심함으로 이겨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짜릿한 일이 있어도 그때뿐이고, 곧 더 짜릿한 일을 찾게 되니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차라리 심심하고 적적하게 살다 보면, 오히려 일상의 작은 변화나 재미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될 수도 있다. 새벽에 창문을 열고 맞는 싱그러운 공기, 책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느끼는 편안함.... 문제는 그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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