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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31. 2024

편리를 위해 잃어버렸던 시선

요즘같이 무더운 날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있다 보면 밖이 얼마나 더운지 체감하기 어렵다. 더위를 실감하는 순간은 주로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다. 처음에는 에어컨의 냉기에 익숙해져 있어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곧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고, 사람들의 열기와 습도까지 더해져 잠깐 걸어도 땀이 흐르며 불쾌감이 치솟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실내에 잠깐만 머물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위에 잘 적응할 것 같다. 그리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가 얼마나 지내기 편한지 더 절실히 느낄 것 같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불평하고, 지금 누리는 편안함을 당연하게 여긴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에어컨 없이 살았던 선조들과 달리, 각종 문명의 이기로 인해 춥고 더운 것을 알지 못하게 된 우리가 과연 더 행복할까?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채 조그만 불편함에도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고, 건강 역시 그전 세대보다 썩 좋지 않다. 우리는 어느새 자연의 흐름에 적응하는 능력이 약해졌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비감염성 질환(NCD)이 71%를 차지하며, 이는 생활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 따르면, 실내 생활 증가로 인한 비타민 D 결핍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의 흐름과 역행하는 우리의 생활 방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과학 기술은 발전하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점점 살기는 어려워지고 우리는 예전보다 더 외로워졌다.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이 현실에 가끔 숨이 막힌다. 그럴 때는 지금보다 불편했지만 단순했던 지난 삶이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현재 누리는 편리함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리한 문명과 투박한 자연의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편리를 위해 놓치거나 한 면만 보느라 외면했던 자연스러운 시선을 찾아야 비로소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 오늘 올린 사진은 블로그 이웃이 보내준 사진으로 퇴근길 우연히 떠오른 '무지개'를 보고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지요. 희망이 그렇듯 무지개는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현상이기도 하구요. 이 사진을 보내주신 그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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