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글을 쓰면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았다. 실체가 그려지지 않는 사랑의 아픔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같은 복잡한 감정들은 종종 언어로 담아내기 힘들었다. 그 순간에는 이 현실만큼이나 답답했다. 가슴속에 무언가가 있는데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그랬고, 때로는 그 실체가 전혀 그려지지 않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나마 글을 쓴 것은, 그렇게라도 나를 변호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차원이었는지도 모르고. 글쓰기를 통해 나를 치유하고 고치고 싶었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어긋나 있는 삶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기를 바랬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시작한 글쓰기였다. 한동안 지난 시절을 현재로 불러내 그때를 돌아봤다. 물론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나만 힘들 뿐이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설사 알아준다 해도 자신이 묶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나와 매한가지였다. 이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난 시절 쓴 글들 중 일부를 읽어보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며 놀라기도 했고, 한편 부족한 표현들이 눈에 띄어 부끄러웠다. 피상적인 사고, 인간관계에 대한 미숙한 이해가 고스란히 글에 드러나 있었다. 전자라면 내가 퇴보한 것이고, 후자라면 그때보다 지금이 나아진 것이다. 퇴보와 발전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큰 틀에서는 엇비슷하다고,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제 나도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발전한 부분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 그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그리고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겉으로 보이는 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글쓰기를 통해 나와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금만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냉소적이기보다는 밝고 따뜻하게, 무관심無關心해지기보다는 무심無心해질 수 있었으면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매일매일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