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방법

by 서영수

그녀는 그를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고 있었다. 표표히 멀어져 가는 그는 그녀가 있는 곳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그녀 곁에 없다. 그의 부재,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가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을 하면 하늘이 무너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내 힘과 의지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그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매일 보면 소중함을 잊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야 비로소 가슴에 무언가 깊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그를 영원히 간직하는 방법은 어쩌면 잃는 것일지 모른다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져야 자신이 그동안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체념 비슷하지만 결코 체념이라고 할 수 없는 그 어떤 마음으로 충만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 비로소 얻게 되는, 바로 사랑의 감정이다.




"마커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아나?"


"아뇨."


"그 사람을 잃는 것이네."


<조엘 디케르 ㅡ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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